skkusoa 진로 인터뷰 프로젝트 : 건축문화 #1

<interviewee>

건축 사진작가 이강석 작가님

건축적 물성과 재료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는 건축 사진작가
건축은 그 시대의 물질로 세워지고 그 가치는 시간의 흐름으로 완성된다고 보며, 정지된 장면 안에 그 연속성을 담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좋은 빛을 기다리며 현장에 오래 머무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10년간 오픈하우스서울의 기록을 맡아 도시와 그 안에서 숨 쉬는 사람들의 생동감을 함께 담아오고 있다. 철거를 앞둔 힐튼 서울의 마지막을 기록한 『힐튼이 말하다』에 참여했다.

<interview>

인터뷰 장소로 초대해주신 공간, 파사드서호

Part 0. <시작>

soa: 안녕하세요. 저희는 성균관대학교 아카이빙 학생 단체 skkusoa의 이세진, 원채연, 정주영, 이수현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가 이번에 교수님이 안 알려주는 건축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건축 산업 전체의 유기적인 흐름을 이해하고자 새로운 인터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해 볼게요. 사진작가로서 작가님의 출근부터 퇴근까지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이강석: 건축 사진작가로서 제 출근지는 크게 세 군데예요. 사진 작업을 하는 제 개인 스튜디오, 준공 촬영 현장, 그리고 설계 사무소입니다. 보통은 상업 사진 작가로서는 준공 사진 촬영한 다음에 마무리 작업을 위해 작업을 하는데, 이 작업은 집에 만든 홈 오피스에서 합니다. 집에서 가볍게 가사도 하고, 작업을 하고 그렇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준공 사진 촬영이 있는 날은 전날이나 몇 주 전부터 가서 일을 시작해요. 날씨를 체크하고 촬영지가 결정되면 로케이션 가서 현장 체크도 하고 그렇게 진행해요. 
건축사무소 가는 날에는 보통 촬영 의뢰를 받거나 촬영 준공 사진 결과물을 서로 피드백하러 가는 경우도 있어요. 보통 주로 라이트룸과 포토샵을 이용해서 후작업을 하죠.

soa: 그럼 보통 라이트룸과 포토샵이 거의 주된 업무인가요?

이강석: 후작업으로는 그렇죠.

Part 1. <직무와 철학>

soa: 많은 분야 중 왜 유독 ‘건축’ 사진을 전문으로 찍게 되셨나요? 특별한 배경이나 스토리가 있으실까요?

이강석: 일단 건축 사진의 시작을 본다면 제가 건축학과 출신이라 원래 설계가 제 전공이었거든요. 학생 때 과제 마감을 하려면 모델도 만들고 패널도 제작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3D 작업을 하기가 조금 힘들더라구요. 캐드는 괜찮은데 3D는 손에 안 익어서 차라리 실물 모델을 빠르게 아주 잘 만든 다음, 그걸 사진으로 잘 찍어서 포토샵으로 배경을 합성하자고 마음먹었죠. 그 결과물을 교수님과 선배님들이 좋아해 주셨고, 그때부터 선배들 작품 사진을 찍어주면서 조금씩 시작하게 됐습니다.
인물 사진과 풍경 사진은 굉장히 옛날부터 찍긴 했어요. 어렸을 때 아버지의 취미가 사진이었고 그때 아버지가 갖고 계시던 필름 카메라 니콘이었어요.

soa: 사진을 계속 취미로 해오셨던 건가요?

이강석: 네, 맞아요. 계속해 왔고 어렸을 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때 당시에 구름을 엄청나게 찍었어요. 날씨를 계속 찍었던 것 같아요. 시골 할머니 댁에서 노을을 찍고 사진관에서 직접 인화도 해보면서 경험을 많이 쌓았죠. 

soa: 건축학과 학생 시절 손으로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지금 컴퓨터 작업이 더 많으시지 않은가요? 

이강석: 그렇긴 하죠. 사진 작업을 하는 것은 좋은데 3D로 모델링 작업을 하는 것이 취향에 안 맞았던 것 같아요. 손으로 직접 스터디 모델을 만드는 것은 재미있었어요. 지금 사진 작업은 손에 익기도 했고, 그때 당시는 그냥 컴퓨터보단 손으로 빠르게 하자였던 것 같아요. (웃음)

soa: 오픈하우스서울 홈페이지에서 ‘건축적 물성과 재료’에 관심이 많다고 하셨는데, 이것도 건축학 전공과 연관이 있는 건가요?

이강석: 건축 사진을 찍다 보면 건축물은 보통 노후된 건축물이나 비어 있는 땅부터 시작해서 그게 지금까지 오는 거잖아요. 근데 그 건물도 언젠가 노후화돼서 없어질 수도 있는 거고. 그래서 저는 건축물이 연속적인 흐름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작업 자체가 그런 시간의 연속성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흐름을 찍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건축은 그 시대의 물질로 세워지고, 그 가치는 시간의 흐름으로 완성돼요. 그래서 저는 건축이 지닌 시간의 연속성을 담아내는 것, 그 흐름을 사진이라는 기록으로 연속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제가 하는 촬영이라고 생각해요. 

soa: 저희는 건축물이 지어지는 전형적인 과정을 개발-설계-시공-준공-운영으로 보았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시려는 작가님의 직무가 이 프로세스 밖에 있지만, 건축물과 대중을 연결하는 방식이 궁금해요.

이강석: 건축 재료가 그 건축물의 요소이자 시작이잖아요. 작은 요소들이 모여서 큰 건축물을 이룬다는 것에 저는 상당한 매력을 느꼈어요. 
그리고 예전에 이타미 준 선생님께서 허물어진 건축물의 재료를 재사용해 도서관을 설계한 이야기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 원래 좀 빈티지를 좋아해서 시간의 흐름에 대한 것을 염두에 두고 찍고 있어요. 건축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재료로 많이 표현되고 그 재료들이 모여서 공간을 이루는 거죠. 재료가 건축물 자체의 서사가 될 수도 있고 또 건축주와 건축가 둘만의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어요.
사진작가들만의 시야가 있어요. 어떤 디테일 사진을 찍거나 어떤 특정 뷰를 바라보거나. 그런 걸 일반인도 볼 수는 있는데, 놓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걸 놓치지 않고 대중들에게 재료의 따뜻함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soa: 그렇다면 작가님만의 시간의 흐름을 포착하는 방식이 있나요?

이강석: 정지된 장면이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연속성이 느껴지는 사진을 포착하려고 합니다. 어떤 피사체든지 간에 시간과 관계를 짓기 때문에 저는 그 자리에 서서 흐름을 잡으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보통 건축 사진을 찍기 위해 낚시하듯이 가만히 오랫동안 현장에 머무르는 편이에요. 어떤 소장님들은 “작가님 죄송해요. 빨리 집에 가시죠. 다 나온 것 같아요.”라고 할 정도죠. (웃음)

사진 이강석
사진 이강석
시간의 연속성을 담은 사진 / 사진 이강석

soa: 사진의 보정이나 왜곡에 대한 작가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이강석: 저는 셔터를 누를 때까지가 사진작가의 영역이고, 그 이후 리터치는 요리와 같은 예술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과도한 후보정이 있더라도 그 안에 자신만의 확실한 태도와 스토리가 담겨 있다면 그것 또한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중요한 건 단순히 예쁜 이미지가 아니라, 그 안에 어떤 진정성을 담느냐겠죠.

soa: 이 파트의 마지막 질문이 남았는데요. 
만약 총장님이 되어 건축학과 커리큘럼에 딱 하나, 전공 필수 과목을 신설할 수 있다면 무엇을 넣고 싶으신지 실무적인 경험을 섞어서 답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강석: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음… 학교에서 돈 버는 방법을 안 가르쳐주는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은 해봤어요. 돈 냄새 맡는 방법?, ‘돈 많은 사람을 찾아라.’ (웃음)

soa: 맞아요. 확실히 그런 방법은 학교에서 접하기 쉽지 않으니까 부동산학회라든지, 개인적으로 대외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인 것 같아요. 확실히 현실에서 살아남기에 중요한 것 같네요. 

이강석: 그렇죠. 수주를 못 하면 아무리 건물 설계를 잘해도 의미가 없긴 해요.

Part 2. <경험>

soa: 작가님께서 경험해 오셨던 것들에 관한 질문입니다. 작가님 인스타그램을 보니 뉴욕에서 보내신 시간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가셨고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이강석: 아, 뉴욕을 갔다 온 이유는 학교 선배 중에 한 분이 지금 뉴욕에 계세요. 성균관대에도 작업실이라는 개념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땐 전 학년이 다 같이 사는 그런 동아리 같은 게 있었어요. 그걸 보통 작업실이라고 했는데 한 학년에 두 명씩 뽑아서 거기서 같이 사는 거에요. 졸업할 때까지.
그래서 제가 대학생 시절에 거기 선배님이 인턴처럼 일할 사람 있냐고 여쭤보셨어요. 이상봉 패션 디자이너님이 뉴욕에 스토어를 하나 만들었는데 그 디자인을 그 선배님이 하셨고, 저에게 디자인 감리, 설계 현장 감리를 도와달라고 하셔서 뉴욕에 가게 되었죠.

soa: 그러면 사진에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설계로 가신 거였군요.

이강석: 네, 설계를 좀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뉴욕으로 갔어요. 그때는 ‘이제 사진은 진짜 안 하겠다’고 굳게 마음먹고 카메라를 다 팔고 떠났죠. 사실 제가 20대 초반에 사진 재능 기부를 시작으로, 25살부터 35살까지 꽤 오랫동안 인물 사진을 찍었거든요. 그러다 어느 순간 사진이 아닌 설계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다 정리하고 떠난 건데… 막상 가보니까 사진에 대한 미련이 너무 크게 남더라고요.
그때 뉴욕에서 구한 똑딱이 카메라로 열심히 찍은 사진이에요.

사진 이강석
사진 이강석
사진 이강석

soa: 그래서 뉴욕 시기 사진과 이후의 건축물 사진의 감성이 다르더라고요.

이강석: 근데 도시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긴 해요. 전 뉴욕을 그때 처음 갔거든요, 서울은 보통 건축물을 부수고 새로 짓고 노후되면 부수고 새로 짓고 그러잖아요. 근데 뉴욕은 유럽을 가보셨으면 알겠지만 되게 오래된 100년 넘는 건물이 너무 많잖아요. 그때 지은 고층 건물이 지금까지 있는 거니까 되게 인상 깊고 멋있었어요. 그때 그걸 되게 체화를 많이 했어요. 공부로 해서 배웠던 건 아니고 느끼셨다시피 제가 앉아서 3D 모델링 같은 것은 잘 못하니까 직접 보고 만지면서 배우고 그랬어요. 

soa: 그러면 사진을 언제부터 다시 찍을 생각을 하셨나요?

이강석: 뉴욕은 제 사비로 갔다 온 거거든요. 선배가 어느 정도 지원을 해주시긴 했는데 부족하긴 하잖아요. 그래서 돈이 너무 없어서 그때 아르바이트할 겸 다시 인물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생계 수단으로 이어져 나갔죠. 
근데 결정적인 건 사진이 매력적이란 거였죠. 그때 당시엔 폰이 잘 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때 학생이셨나요?

soa: 초등학생이었어요. 폴더폰이요. (웃음)

이강석: 폰을 슬라이드 열어서 키고 그랬었는데… 그때는 폰 카메라가 너무 약하니까 카메라를 들고 다녔어요. 그래서 재밌었고, 제가 갖고 있는 거니까 좋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서 좋았고, 계속 찍었던 것 같아요.

soa: 작가님 하면 ‘오픈하우스서울’ 기록 작업을 빼놓을 수 없는데, 벌써 10년째 함께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오픈하우스서울은 현장에 사람들도 있다 보니 일반적인 건축 사진과 달리 생동감이라든지 동적인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개인 작품과 오픈하우스 촬영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강석: 우선 개념적으로 많이 다른 작업이에요. 일단 실무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개인 작품을 찍을 때는 무조건 삼각대를 설치해서 피사체에 집중하고 기다리면서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오픈하우스는 사람을 위주로 작업을 해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경험하는 모습을 공간과 함께 생동감 있게 담으려고 해요. 그래서 스냅 사진용 투바디 스트랩을 착용합니다. 
개인 작업이 건축의 뼈대와 근육, 즉 물성이 가진 고유한 질서와 시간의 연속성을 정밀하게 탐구하는 과정이라면, 오픈하우스서울은 혈관처럼 피가 돌고 숨을 쉬는 생명력을 담는 작업입니다. 오픈하우스서울이 보다 더 동적으로 느껴지실 만해요.

soa: 오랜 시간 임진영 대표님과 호흡을 맞춰오셨는데, 그 신뢰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이강석: 처음엔 면접 보고 멘티로 들어가서 행사 스케치 촬영을 제안드렸는데, 바로 오케이 해주셨어요. 사실 1회차 사진을 드리고 1년 동안 아무 피드백이 없으셔서 마음에 안 드시는지 걱정했죠. 그런데 1년 뒤에 다시 연락하셔서 지금까지 계약 관계보다는 묵시적인 약속과 신뢰로 이어져 왔습니다. 조직 생활을 거의 안 해본 저에게 임 대표님은 건축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주신 멋진 멘토이십니다.

soa: 최근 철거된 힐튼 서울의 기록인 ‘힐튼이 말하다’ 책에도 참여하셨죠. 사라지는 공간을 기록하며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이강석: 영업이 종료된 후 6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내부를 촬영했어요. 당시 90세가 넘으신 김종성 건축가님을 뵀는데, 그분의 열정과 당시 한국 건축을 이끌고자 했던 태도가 공간 곳곳에서 느껴져서 뭉클하더라고요. 공간이 사라지기 전에 재료가 어떻게 쓰였는지, 그 가치를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soa: 작가님이 사진을 계속 이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이강석: 동트는 모습이나 해지는 모습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은 한순간도 같지 않아요. 그런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원동력이 샘솟죠. 건축물도 빛을 받을 때마다 공간의 모습이 달라지는데, 그걸 찍을 때마다 정말 행복합니다. 아, 그리고 최근에 태어난 제 딸아이도 큰 원동력이고요.

soa: 사진작가로서 스스로 정의하는 역할이 있다면요?

이강석: 저는 사진작가가 설계부터 완공까지의 긴 여정 중, 사용자가 들어오기 직전의 마지막 점에 있다고 봐요. 예술 작업이라기보다 공사의 마지막 단계를 마무리한다는 마인드로 임하죠. 건축가가 고생해서 만든 이상적인 모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게 기록하고, 그들에게 뿌듯함을 안겨주는 것에서 제 역할이 시작됩니다.

Part 3. <마무리>

soa: 그러면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 프로젝트의 가장 주제가 되는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강석: 마이 아카이브 소장님들이 설계한 ‘암사동 주택’이 기억에 남아요. 폐쇄 공포증이 있어 방에서 못 주무시는 건축주의 생활 습관을 배려하여 집을 개방적이면서도 아늑하게 만드셨더라고요. 직접 기른 조경을 건물에 적용하는 정성도 인상 깊었고요. 결국 사용자의 피부에 와닿는 부분까지 따뜻하게 배려한 건축이 좋은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암사동 주택 내부 / 오픈하우스 제공 사진 이강석
암사동 주택 외부 / 오픈하우스 제공 사진 이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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